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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
나는 이렇게 의사가 되었다.
이기쁨 지음
#의대, #의사, #의대입시전략, #입시수기, #공부, #공부법, #재수, #의대입시
출판: 다빈치 books
가격: 13,800원
페이지: 220 (152*220)
ISBN 979-11-86742-56-3
초판 1쇄 발행: 2021년 9월 01일
<책 소개>
‘수고했다.’
의사로서 첫발을 내디딘 저자가 자신에게 이 한마디를 하기까지 돌고 돌아온 여정은 등반가의 삶과 다르지 않다. 때로는 폭풍우가 몰아쳤고,
때로는 끝 간 데 없이 추락하기도 했으며, 깜깜한 터널 속에서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의사가 되었다.’
의사를 꿈꾸는 이들의 도전이 모두 이루어져 아름다운 결실을 맺기를 간절히 바라는 선배 의사가 후배 의사가 될 수험생에게 들려주는 꼭꼭 숨겨두었던 이야기! 이 글이 후배들에게 부표가 되어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덜 방황하기를 바라는 선배 의사의 도전기!
<저자 소개>
저자 : 이기쁨
현)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전공의
특별한 개성도 재능도 없던 평범한 대한민국 청소년이었다. 인간 본연의 불안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물음으로 이어졌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저기 어딘가로 가면 모든 것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줄 알았다. 공부 잘해서 의사가 되면 행복할 수 있다는 막연한 환상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자기를 깎고 억누르고 절제하는 수양. 매일 매일 고통 속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고민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걸까?’
원치 않았던 비주류 지방의대 입학과 학벌에 대한 아쉬움으로 도전한 N수의 연이은 실패.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떠돌이 대학생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부실 의대 오명을 씻지 못한 채 폐교된 학교. 함께 해준 수많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나를 죽이지 못한 모든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을 즈음 의사가 되었다. 오늘도 생과 사의 어느 지점에서 나를 포함해 만나는 모든 이들의 삶을 붙잡아본다.
<목차>
제1장 나는 누구인가?
1. 누구의 삶을 사는가?
1) 말 잘 듣는 아이
2) 첫 시련
3) 우선순위가 된 타인의 눈높이
2. 고지를 향해
1) 마음과 몸은 하나였다
2) 불안의 실체
3) 여고에서 살아남기
4) 비활성 기체 18족
3. 오답으로 끝난 고등학교 3년
1) 길을 잃다
2) 그냥 재수할 거야
3) 두 갈래 길에서
4) 문제는 나였다
제2장 진짜 나를 어떻게 마주할 수 있는가?
1. 무너진 정체성
1) 회색 지대의 모호함
2) 달콤한 말은 허상이었다.
3) 실패의 늪에 빠지다
4) 쓸쓸한 마무리
2. 부적응자의 비애
1) 피사의 사탑
2) 고립을 선택하다
3) 맞지 않는 옷
4) 굳게 건 빗장 안에 둔 마음
3. 폐허의 편린
1) 무모한 도전
2) 몰입
3) 탈(脫) 수능 중독
4) 용서와 포용
제3장 부실 의대, 부실 학생?
1. 광야에서 살아남기
1) '무엇이'가 아닌 '어떻게'
2) 버텨내는 게 공부
3) 열악한 학습 환경
4) 동기의 죽음, 정말 미안해!
2. 부평초 같은 인생
1) 이동식 교육?
2) 타인의 손에 내 운명이
3) 결국엔 기쁨
4) 아르바이트의 추억
3. 폐교, 씁쓸한 결말
1) 멀고 먼 의사의 길
2) 비주류 조장이 되다
3) 폴리클
4) 생각지 못한 마지막
제4장 순간순간이 모여
1. 이방인의 비애
1) 특별편입
2) 이제야 맛본 대학 생활
3) 비움과 채움
4) 진정한 졸업사진
2. 합격의 맛을 알다
1) 실기 시험
2) 공부의 즐거움
3) 돌보지 않은 나에게 준 선물
4) 진짜 졸업식
3. 의사는 됐는데……
1) 어떻게 살 것인가?
2) 의사, 그 첫 지점에서
3) 가장 중요해서 기본이다
4) 지금도 나는 달린다
<본문 중에서>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마주할 힘도 용기도 없었다. 여리고 부서지기 쉬운 자아를 직면하고 안아주고 손잡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삶인 줄 몰랐다. 인생의 굴곡에서 시련을 온전히 감내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의 과정임을 알지 못했다. 그토록 미워했던 나 자신을 용서했다. 이제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준비가 되었다. 내가 영원히 내 편이 되어줄 테니까.
직업인으로서 최선을 다해 일하기만 해도 누군가의 죽음을 삶으로, 고통을 기쁨으로, 불편을 편안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만큼 짊어져야 하는 책임의 무게는 어마어마하지만. 또 사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결국은 타인을 위해 사는 삶이 곧 나의 행복이 되는, 의사라는 직업이 꽤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머무는 가장 원초적인 공간이 정신 상태를 그대로 드러낸다는 말이 십분 이해되었다. 거칠고 피폐한 마음을 애써 외면하고 돌아보지 않았다.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나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 부적응자로 보일까 봐, 이방인으로 손가락질 받을까 봐 신경을 곤두세운 채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과 불안을 애써 감추고 살았다. 나는 사실 그렇게 강한 사람도, 환경의 변화에 척척 잘 스며드는 사람도 아니었다. 이를 받아들이니 오히려 후련하고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다.
나는 중학교 3학년 외고 입시 실패, 고등학교 3학년 대학 입시 실패. 이후 두 번 더 입시에 실패했다. ‘죄송합니다. 합격자 명단에서 귀하의 이름을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문장이 지긋지긋했다. 항상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결과 앞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한 번도 빈말로라도 나에게 ‘고생했다’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었다. 얄팍한 위로로 냉혹한 현실을 포장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랬던 내가 처음으로 ‘흡족한’ 합격 메시지를 받았다. 사실 거의 모두가 합격하는 시험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전혀 특별할 것도 없는 결과였다. 그런데도 나에게 칭찬의 말을 건넸다.
‘수고했다.’
살면서 처음 꺼낸 말이었다. 눈물이 났다. 이제야 내가 나를 인정하게 되어서 감격한 것인지, 단 한 번도 결과로 보상받지 못한 지난날의 내가 불쌍해서였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겨울바람에 얼굴이 따가웠다.
의사로서 첫발을 내딛는 이 순간이 너무 생경했다. 막연한 걱정과 불안이 엄습해 왔다. 난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제대로 잘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오히려 나를 주눅 들게 하고 있었다. 이제 겨우 일을 시작하는 사람이 처음부터 척척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는데……. 오히려 그것은 ‘내가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근거 없는 자존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때 서남대 선배가 예전에 해줬던 ‘누구를 만나든 먼저 인사하고 가장 낮은 자의 마음가짐으로 매사에 임해야 한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이를 벤치마킹하기로 마음먹었다.
기본에 충실하며 사고 치지 말고 내 할 일만 생각하며 책임을 다하자. 그리고 당장 눈앞의 이익을 생각하지 말고 조금 더 귀찮고 조금 더 피곤해지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잘 해내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게 언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지치지 말고 어제의 나와 경쟁하자.’
이렇게 원칙을 정하니 무의미한 조바심은 사라졌다. 여전히 긴장되기는 했지만, 뜬구름 잡는 느낌이 아니라 두 다리로 힘 있게 일어선 기분이었다. 그렇게 인턴 생활이 시작되었다.
서른, 사회 초년생의 서울살이는 녹록지 않았다. 병원은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실상 하나를 온전히 해내기도 벅찼다. 아픈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누구나 언제든 환자가 될 수 있었다. 똑같은 환자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생각지 못한 때에 응급 상황이 펼쳐졌다. 새벽 어스름에 출근해서 노을 지는 시간에 퇴근할 때까지 늘 좌불안석이었다. 혼나고 깨지는 것 자체보다도 ‘내가 이렇게 부족하구나’라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가끔은 쓸모없는 존재처럼 느껴져 견디기 힘들었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텅 빈 집에 돌아오면 무력감에 빠져 넘치던 입맛마저 사라졌다.
가진 것은 오직 이 몸밖에 없는 내게 세상은 너무 어려웠다. 튼튼한 기반 위에서 시작한 사람들은 나와 달리 저만치 앞에서 여유로워 보였다. 시간이 흐르면 좀 살만해질까? 확신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은 언제나 그랬듯 최대한 감정을 누른 채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차오르는 물을 막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둑이 곧 무너질 듯 위태로웠다. 탁 트인 곳을 바라보면 응어리가 풀어질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어느새 내 발걸음은 한강을 향하고 있었다.
병원은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실상은 하나를 온전히 해내기도 벅찼다.
시간이 흐르면 좀 살만해질까? 확신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은 언제나 그랬듯 최대한 감정을 누른 채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차오르는 물을 막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둑이 곧 무너질 듯 위태로웠다. 탁 트인 곳을 바라보면 응어리가 풀어질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어느새 내 발걸음은 한강을 향하고 있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마주할 힘도, 용기도 없었다. 여리고 부서지기 쉬운 자아를 직면하고 안아주고 손잡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삶인 줄 몰랐다. 인생의 굴곡에서 시련을 온전히 감내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의 과정임을 알지 못했다. 그토록 미워했던 나 자신을 용서했다. 이제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준비가 되었다. 내가 영원히 내 편이 되어줄 테니까.
‘수고했다.’
의사로서 첫발을 내디딘 저자가 자신에게 이 한마디를 하기까지 돌고 돌아온 여정은 등반가의 삶과 다르지 않다. 때로는 폭풍우가 몰아쳤고, 때로는 끝 간 데 없이 추락하기도 했으며, 깜깜한 터널 속에서 좌절하기도 했다.
나는 결국 의사가 되었다.